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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먹고 건강하게 장수하자! 하동 횡천면 미나리 축제

하동군 횡천면 미나리 축제 행사장
건강에 좋은 미나리를 키워 작목반 가구마다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횡천면에서는 올해 4회째 미나리 축제를 개최했다. 3월 한 달간 횡천면 남산리 189번지 일원의 ‘청학미나리 작목반’의 손길은 바빴다. 현재 미나리 작목반에는 10농가 정도가 5.2ha에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
미나리 수확 현장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나리는 해독작용이 탁월하다고 한다. 생잎은 폐렴에 좋으며 미나리를 뿌리째 모두 짓찧어 꿀과 먹으면 황달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또한 현대인에게 치명적인 미세먼지, 흡연,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중금속이나 독성성분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며 음주 후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간장 질환 완화와 신장기능 증진뿐 아니라 이뇨, 항염 작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나리의 이런 장점이 알려지며 하동 횡천면이외에도 이미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는 미나리 축제는 인기가 많다.
횡천면 행사장 식탁에 앉아 미나리를 곁들인 삼겹살을 먹고 있던 한유섭(47), 이유정(49) 씨 부부는 여수에서 왔다고 한다. “저희는 미나리 먹으러 많이 다닙니다. 제가 미나리를 엄청 좋아합니다. 술, 담배도 많이 하니까....하하. 청도 한재 미나리가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주로 청도에 많이 가고 담양, 화순에도 갔었는데, 인터넷에 보니까 하동에서도 팔더라구요. 하동은 재첩하고 다슬기 수제비 먹으러도 자주 옵니다. 미나리는 맛있는데 고기는 여수만 못하네요. 하하”라고 말한다. 다른 식탁에 역시 미나리와 삼겹살을 먹고 있던 정용현(50) 씨 부부는 “진주에서 왔는데요, 광양에 매화꽃 구경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현수막 보고 들렀습니다. 청도 미나리는 먹어봤는데 하동 것은 처음이네요. 맛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인터넷을 보고 찾아다니는 관광의 시대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화였다.
미나리 축제 행사장 내부
반면, 하동읍에 사는 주민 이 씨 (64)는 “‘한상차림’ 이라고 별 나오는 것도 없는데 따로 돈을 받으니까 가성비가 좀 떨어집디다. 그런데 미나리는 향긋하니 참 맛있어요”라고 말한다. 횡천에 사는 정씨는 “아마 여기 사람들은 별로 안 갈 걸요? 뭐가 얼마, 뭐가 얼마 하다 보면 너무 많이 나오니까요. 근데 뭐, 미나리만도 파니까...”하며 말을 줄인다. 하지만 옆에 있던 왕씨는 “일 년에 한 번 하는 행사고 관광 손님을 상대해야 하니 ‘한상차림’ 그런 게 필요하기도 해요”라고 주최측 입장을 거든다. 관광객을 만족시키면서 현지민에게도 환영받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행사였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화였다.
미나리는 아무 곳이나 물기가 있는 곳이면 잘 자라는데 향이 강해 비릿한 생선찌개나 잡내를 잡는 용도에는 빠지지 않는 음식 재료였다. 특히 독이 있는 복국에 애용되며, 김치를 담거나 나물로 무쳐 먹었지만, 요즘은 아삭한 식감과 향기로 샐러드에도 애용된다. 미나리는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졌지만, 거머리가 많고 다듬기 힘들어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다. 하지만 횡천면 미나리 작목반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방식은 깔끔하기 그지없다. 횡천면 미나리 작목반 대표 이정식 씨는 “관정에서 올라오는 지하암반수를 이용하여 재배하고, 청정한 음용수로 씻기 때문에 바로 시식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인력 수급이 가장 힘들죠. 코로나 전에는 정말 여럿이 와서 일했어요”라며 방금 캐낸 미나리를 씻느라 분주했다.
횡천면 미나리 작목반 이정식 씨가 지하암반수로 미나리를 씻고 있다.
미나리! 하면 2020년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한국인이 나오는 미국영화 ‘미나리’를 빼놓을 수 없다. “미나리는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뽑아 먹을 수 있어.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영화 ‘미나리’ 중에서) 괴팍한 할머니가 한국에서 손수 가져와 숲속 물가에 심은 미나리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다. 강한 생명력으로 쑥쑥 자라는 미나리가 절망으로 치닫는 가족에게 한 줄기 희망의 상징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한국말 ‘미나리’가 이미 세계화됐듯 하동 횡천면의 ‘지리산청학골 미나리’가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는 세계의 미나리가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2023년 4월 / 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