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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산불로 이익을 보려는 누군가가 있다

산불방지 효과를 핑계삼는 3조 원 규모의 임도 사업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화목보일러 재에서 시작된 산불

지난 3월 11일 13시경, 화개면 대성리 산 203-2에서 산불이 났다. 산자락에 버린 화목보일러 재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강한 바람으로 불 끄기가 어려워지자, 15시 50분 산림당국은 산불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3시간만에 산불영향구역은 57ha, 화선은 3.4㎞로 늘어났다. 많은 사람과 소방헬기로 산불을 끄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강한 바람으로 산불은 더욱 번져갔다. 안타깝게도 산불진화대원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날이 어두워 헬기 작업이 어려워져 불 끄는 속도가 느려졌다. 23시 30분, 불 끄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모두 철수했다. 다행스럽게도 3월 12일 10시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12시, 산불발생 23시간만에 큰 불을 껐다.

합천 산불과 화개 대성골 산불의 차이점과 시사점

산불을 끄자 산림청은 산불이 번진 원인도 밝히지 않고 ‘임도가 없어 산불을 끄지 못했다’며 ‘국립공원을 포함, 전국에 많은 임도를 놓겠다’고 했다. 산림청이 임도를 놓겠다는 근거는 화개 산불, 며칠 전 발생한 합천 산불이다. 산림청은 “합천 산불은 산불 진화임도가 있어서 산불 진화차량이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합천 산불과 하동 산불을 비교해 보았다.
[표1] 합천 산불과 하동 산불의 비교
위 표를 보면 합천 산불의 영향 범위가 더 넓다. 임도가 있는데도 큰 도움이 안 된 것이다. 산불대응 단계도 합천은 대응 3단계로 하동보다 높았다. 임도가 있는데도 합천이 더 넓게 번지고, 더 강하게 오래 타오를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유에 대해 산불을 연구해 온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합천과 화개 산불의 차이는 숲 가꾸기 지역과 국립공원이라는 점입니다. 화개 산불이 많이 번지지 않은 것은 이곳의 숲은 다양한 나무가 있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었기 때문입니다”
화개 산불은 합천과 달리 큰 불꽃이 보이지 않았고, 많은 연기가 난 것이 위 주장을 뒷받침한다. 산불이 난 곳의 항공사진을 보면 능선 소나무숲이 노랗게 되었다. 불에 탄 것이 아니라, 열기에 마른 것이다. 이는 숲의 중간 키 나무들이 불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낮은 키 나무와 낙엽만 불에 탔을 뿐, 큰 키 나무는 거의 타지 않았다. 즉, 산불의 규모는 상당하였지만, 산불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다.
이에 비해 20m가 넘는 불꽃으로 헬기가 근처에 가기 쉽지 않았던 합천 산불은 숲 가꾸기를 한 곳이다. 산림청에서 산불이 번지는 원인이라는 낮은 키 나무들을 없애고 큰 키 나무만 ‘듬성듬성’ 관리하는 곳이다. 산림청에서는 땔감이 되는 낮은 키 나무를 없애야 한다고 하지만 큰 키 나무만 듬성듬성 있으면 바닥의 불이 나무의 윗부분으로 쉽게 옮기고 바람이 잘 통해 산불은 더욱 잘 번지고 거세진다고 한다.

원인은 실수, 대책마련보다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 우선

두 산불 모두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합천의 경우 담배꽁초가, 하동의 경우 무심코 갖다 버린 화목보일러의 재가 원인이었다. 산불이 나고 번지기 쉬운 날씨와 사람의 실수가 만난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만 없애면 산불은 나지 않는다. 사람의 노력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이 바로 ‘실수’이다. 실수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는 것이다.
지속적인 홍보, 계도, 감시로 산불을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국립공원 내 임도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임도가 생기면 사람들이 더 쉽게 깊은 숲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앞에서 말한 ‘실수’가 일어날 경우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즉, 임도가 산불을 끄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떠나 산불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임도가 놓이면 또다시 ‘인공적인 숲 가꾸기 사업’을 한다. 숲 가꾸기 사업은 합천 산불 지역과 같이 산불이 확산되기 쉬운 조건을 만드는 일을 한다. 중간 키 나무와 낮은 키 나무를 없애고, 키 큰 나무를 듬성듬성하게 하여 바람이 잘 통하게 된다. 결국 숲은 더욱 마르게 되고 산불이 나거나 번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임도인가? 산림청인가 산림조합인가!

산림청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3.97m/ha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며 ‘2030년까지 전국의 임도 밀도를 5.5m/ha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이를 단순계산하면 ha당 1.53m의 임도를 더 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산림 총면적인 633만 5000ha를 곱하면 새로 놓으려는 임도의 길이를 알 수 있다. 자그마치 9692㎞이다. 보통 임도 1㎞를 놓는데 3억 원 정도가 든다. 9692㎞의 임도를 놓는 데는 어림잡아 3조 원이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산림시설의 설계·시공·감리는 모두 산림조합에서 하고 있다. 설계와 감리는 산림조합중앙회 소속 산림종합기술본부에서, 시공은 지역 산림조합에서 한다. 산불방지와 진화에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3조 3922억 원 규모의 임도 사업은 누구를 위한 사업일까?

2023년 4월 / 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