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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정확한 평가와 재검토가 필요하다

군비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20억이나 들인 자율주행차, 문제가 많다

전국 최초의 ‘농촌형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으로 군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하동군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한 달여 만에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오하동>은 이미 2024년 3월호(32호)에서 하동군의 자율주행차 운행계획과관련하여 “이 사업이 과연 하동의 교통현실에알맞고 시급한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2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사업임에도 운행 한 달여 만에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자율주행차 사업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지난 10월 24일에 있었던 자율주행버스 시승식 모습. 최초의 농촌형 자율주행차 운행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운행 한 달여 만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자율주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하동군은 자율주행차를 레벨3으로 운행하고 있다. 레벨3에서는 법에 따라 노인·어린이보호구역이나 돌발상황에서는 운전석에 앉은 안전요원이 수동운전을 해야 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안전요원이 자율주행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많은 구간에서 실질적인 운전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6.7km 구간 중 많은 곳에서 안전요원이 개입하는 수동주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로터리, 회전구간뿐 아니라 길가에 불법 주정차된 차들이 나타날 때마다 안전요원이 수동주행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자율주행이 실현되는 구간이 부족하다. “그게 무슨 자율운전이고? 안자율 운전이지.”(A씨, 하동읍)라는 조롱섞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느린 속도와 잦은 정차로 교통정체가나타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현재 평균 20km 안팎의 속도로 운행되고 있다.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다. 자율주행 상태에서는 중앙선을 넘어가거나 경적을 울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요원이 수동운전으로전환하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자율주행차가 지나가는 혼잡구간에서는 교통정체까지 나타나고 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이륜차를 만날 때마다 중앙선을 넘을 수 없는 자율주행차가 멈춰서는 바람에 뒤에 차량이 줄줄이 늘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성급한 운전자들은 운행속도가 느린 자율주행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는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승객과 다른 차량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안전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 상태에서 브레이크 작동이 매끄럽지 못해서 승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얘기가 많다. 돌발상황에서 승객들의 몸이 출렁거릴 정도로 급정거하는 경우가 많아서 노약자의 경우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버스 탑승객의 안전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읍내 중앙로 등의 혼잡구간에서는자율주행차의 느린 속도와 급정거로 인해 뒤따르던 차량들이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하거나 추돌을 막기 위해 급정거를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운행시간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 주변 상가들에 잠깐의 주정차도 허용되지 않는 점 등 자율주행차 운행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자율주행차 확대 vs 농어촌버스 확대,무엇이 시급할까?

운행 초기 “새롭고 신기하다.”던 반응은 점차“이걸 20억이나 들여서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회의적인 반응으로 변하고 있다. “20억이나 들여 교통상황을 개선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켰다.”(B씨, 하동읍)는 가혹한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을 지자체의 자주적인 계획수립과 집행이 가능한 “지방소멸대응기금(11억)과 군비(14억)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타당성과 적절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하동군 674.87km2(경남 8위)의 넓은 면적에 41,000명의 군민들이 살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농어촌버스가 12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열악한 하동군의 교통상황에서 지자체가 다수 군민의 교통편의 향상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을 실효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자율주행차에 쏟아부은 것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하동군청 관계자는 ‘농어촌버스 확대보다 자율주행차 운행을 우선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어촌버스 기사 수급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비한 (자율주행차의) 장기적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에는 한 명의 안전요원(운전사)에 덧붙여 한 명의 도우미까지 탑승한다는 점에서 인력수급의 어려움이 합당한 이유가 되기는 힘들다. 또한 많은 군민들이 당장 대중교통의 부족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장기적인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 또한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2차 자율주행차 사업,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하동군이 자율주행차를 2차 ‘관광형(하동-화개, 27.1km, 2027~28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관광형’은 관광객이 많은 3~5월, 3개월에 한해 하동터미널~화개터미널 구간에서 운행할 예정으로 총 15억의 예산이 투입된다. 국토교통부 공모에 선정되어 시범지구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국·도비 지원’도 없이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군비’를 사용하여 진행한 자율주행차가 이미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평가나 모니터링도 없이 2차 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동군청이 올 12월에 주민만족도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1차 생활형 자율주행차 사업을 평가한 후 2차 관광형 사업을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하루 50명 안팎의 이용객을 예상한다는 자율주행차에 투입된 20억 예산은 41,000명 군민이 이용하는 농어촌버스 12대에 대한 지원금과 비슷한 액수다. 별도의 지원이 없이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자율주행차 사업이 진정으로 군민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인지, 혹시 불요불급한 ‘예산의 낭비’가 되지는 않을지 하동군의 깊은 고민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