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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를 보며

박성찬

하동미래교육지구 파견교사, 하동읍

교육은 사회 전체가 참여하고 책임져야 할권리이자 의무

2024년 11월 20일(수), 경상남도의회 제419회 정례회 제2차 본의회에서 ‘경상남도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재의요구안)이 통과되었다. 2021년 조례가 만들어진 지 3년 만이다. ‘경상남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마을교육 조례)는 학교와 마을, 지역사회가 연대하고 협력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교육은 더 이상 학교만의과업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참여하고 책임져야 할 권리이자 의무이므로 이를 위해 교육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조례인 것이다.
교육은 한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체제이자 사회화 시스템이다.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이 교육에 대한 의사결정이나 활동에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교육의 본질이자 원리이고 이를 담고 있는 마을교육 조례는 타당함을 넘어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여 배움의 공간을학교 밖 마을로 확장하는 조례

마을교육 조례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업은‘미래교육지구’이다. 미래교육지구는 미래를 지향하는 지역 교육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하여 경남도교육청과 기초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지정한 지역을 말한다. 2011년 경기도에서 시작되어 서울, 인천, 강원, 충북, 전남, 전북 등 전국으로 확산된 혁신교육지구가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경남은 2017년 김해시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경남 18개 모든 시군에서 지정, 운영되고 있다. 하동군은 2019년에 첫지정되어 6년째 운영 중이며 지난 6월, 2026년까지 협약 연장에 합의하였다. 주요 과제로는 학교와 지역민, 지자체의 협력 체제 구축,학교와 마을을 연결하여 배움의 공간을 학교밖 마을로 확장, 지역사회가 학생들의 방과후 배움과 돌봄을 책임지는 마을배움터 조성 등이 있다.
가파른 인구 감소와 저출생, 고령화 등 지역의 위기는 관내 학생 수의 감소로 나타난다. 하동교육지원청과 하동군청은 이런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교육의 힘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발전특구나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민관학 교육협의체 운영, 지역민의 교육 역량 강화와 일상적인 교육공론의 장 마련을 위한 지역민 교육공동체 결성 등 교육을 중심에 두고 여러 대안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었는데, 마을교육 조례의 폐지는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로학교가 지역사회와 분리·고립될 가능성 커

이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서 지역사회에 신호탄으로 작용한다. 향후 추진되는 교육 협력 사업들은 명분과 원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고, 기관과 영역을 넘나들며 진행되어야 하는 미래교육지구 사업의 특성상 활동대상과 영역이 제한되며, 교육 주체들의 협력과 참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 현장에서 교육 담론을 다루고 실천하는 지역민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역민의 참여와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과거처럼 학교가 역사회와 분리되어 고립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교는 다시 경쟁과 입시 교육에 몰두하게 되고,‘○○○학교 ○명 합격!’과 같은 현수막이 걸린 풍경은 지역 교육의 표상이 되어 버릴 것이다. 지역 교육의 목표가 좋은 학교에 합격하여 그 지역을 탈출하는, 지역의 자기 부정이 되는 셈이다.
경남도의회는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폐지안을 통과시켰지만 어떤 이유로도 마을교육조례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처사다.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영향을 끼친OECD 교육 2030’ 연구에서는 점점 빨라지는 사회의 변화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목표와 코스란 존재하지 않고,개인과 사회, 전 지구적 Well-being(건전성)을 지향점으로 삼아 학생들이 주도성을 갖고 지역의 교육생태계 속에서 배우고 소통하며성장하도록 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2021년에 발간한 보고서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에서는 교육은 공공재이자 공동재이므로 교육정책과 운영에 전 사회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민주시민을양성해야

교육과정과 학교 내부적으로는 학교 교육의 목표가 단순히 교실 안에서 교과서로만으로 달성될 수 없기 때문에, 삶의 무대인 지역과 마을에서도 배움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7차 교육과정부터 지역의 특성, 학교와 학생의 자율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실생활의 맥락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실제 지역과 마을의 현안과 문제를 통한 배움이 살아 있는 배움이고 효과적인 학습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교육목표 중 하나인 민주시민 양성의 측면에서도 사회로부터 고립된 학교에서 글로 그리고 단순한 사실의 학습만으로 시민을 길러내기엔 한계를 가진다. 학생들이 실제 살아가고 있는 지역사회에 뛰어들어 탐구하고 천하는 경험을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민주시민의 양성은 지역 시민 되기에서 출발하고,학생들은 미래의 지역 시민이자 우리 이웃이기 때문에 그들을 온전히 길러내는 데 지역사회의 참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마을 교육 공동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란 물음에 사회가 내놓은 답이다. 혹자는 이 시대를 불안의 시대라 명명하기도 하고, 현재의 젊은 세대를 부유하는 세대라 칭하기도 한다. 공동체는 해체되고 개인은 소외되며 갈등과 혐오, 경쟁이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사회에서, 개인은 뿌리내릴 곳이 없어 끝없이 허공을 부유하며 불안해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세상에서 마을교육공동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고,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이 시대와 사회가 내놓은 답인 것이다. 이제 그곳을 향해 열심히 노를 저을 일만 남았는데 갑자기 노를 뺏긴 것 같아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을 봐도 괜스레 미안해지고 마음 한편은 계속 헛헛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