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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4일 윤석열 파면일, 하동군민들의 풍경

“파면되면 나눠 먹으려고 담은 막걸리가 시어졌지만...”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만세다!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며 매주 집회를 했던 하동 군민들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심판대에 오른 지 122일, 변론이 종결된 지 38일 만인 지난 4일 파면됐다. 11시 22분 재판관 8명의 전원 합의로 윤석열 파면이 발표되는 순간 하동군민들의 여러 모습을 담아본다.

#1. 읍내 A카페

4월 4일 읍내 A카페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헌재 판결이 지연되면서 “파면 의결이 나면 나눠 먹을 거라고 담은 막걸리가 시어졌지만”(김옥랑, 횡천), 다시 담은 막걸리를 들고 마음 졸이며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11시 22분 윤석열 파면이 발표되는 순간, 모두들 일어나 만세를 외치고 축배를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오늘은 팔자가 참 좋은 날이다! 만세다!”(강수돌, 금남)
이어진 자리에서 나온 다양한 생각들을 간략히 정리했다.
첫째, ‘내란범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윤석열이 얼토당토 않은 뭔가를 발표하여 또 선동하기 전에 얼른 구속시켜야 한다.”(윤영근, 양보), “대통령 파면 이후 지금부터 어쩌면 더욱 치열하고 철저하게 국힘당 해체를 향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권용욱, 악양), “이제부터는 국힘당 해체로 계속 투쟁을 이어가고, 앞으로는 상식이 승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조경선, 금남)
둘째, 민의가 존중되는 ‘민주적 정치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회의원 선거를 현행 지역 선거구제로 선출하기보다는 정당지지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제로 전환해야 한다.” (강수돌, 금남), “거대양당제의 독선을 막고 소수의견을 존중하려면 현행 비례대표의원 수를 늘여야 한다.”(박순옥, 악양)
셋째,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서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았다.
‘지난번 촛불로 세운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시민들의 정치의지를 직접 행정과 입법에 적용할 수 있는 시민의회 같은 기구가 전국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독단으로 입법 활동을 할 게 아니라 지역구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활동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광장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여 정책을 의결하는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필요하다.”(김옥랑, 횡천)
“87년 개헌 시 날치기로 마련된 헌법재판소를 차기 정부에서 개헌으로 없애고...(김미영, 양보) “국민투표로 뽑은 대통령 탄핵도 국민투표로 결정되어야지, 헌법재판소 같은 선출 법관들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곽선희, 양보)
악양의 한 가게에 내걸린 현수막

#2. 악양면 B씨 집

윤석열 파면을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B씨의 집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를 받아내기 위해 그렇게 겨울 동안 고생한 게 화가 난다.”
“국민대통합이니 뭐니 해서 윤석열을 다음 정권에서 사면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민주당이건 누구건 다음 대선에서 아예 공약으로 내란범에 대한 사면은 없을 거라고 약속을 해야 한다. 전두환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서 이런 황당한 일이 다시 벌어진 걸 잊으면 안 된다.”
“헌법재판관 8명의 입만 바라보면서 5천만 국민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게 민주주의냐? 헌법을 바꿔야 한다.”

#3. C 마을회관

12.3 비상계엄 선포된 직후 윤석열에 대해 “마누라를 위해 비상계엄까지 선포하고... 윤석열이 진짜 사랑꾼이야.”라는 참신한 평가를 내렸던 D할머니(84)는 마을회관에서 윤석열에 대한 파면선고를 지켜본 후, 긴 침묵 끝에 “(윤석열이) 이제 집에 가야겠네.”라며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12.3 내란사태 이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4. 12.3 내란사태를 겪은 군민들의 바람과 다짐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저버린 대통령에게 파면을 주문한 걸 보고, 배제가 아닌 대화와 협치의 정치가 되는 건 또 공을 들이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내가 있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게 나 또한 배제가 아닌 포용을 실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추운 거리에서 촛불을 밝혔던 거리의 의인들에게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헌재의 선고는 여러분들의 힘과 지지의 결과라 말하고 싶네요.”(김미정, 북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는 예전과 같은 방식의 정치구도로는 민주국가로의 미래가 나아질 수 없겠구나 하는 우려감이 컸었다.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게 전체 시민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촛불을 든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시민의회를 기대해 본다.”(곽선희, 양보)
“계엄 이후 일상이 온통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몰입된 것은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매일매일 내란세력의 패악질에 분개하면서, 그러나 지치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는 민주시민들의 용기와 헌신에 감동하기도 하면서, 정의가 승리하리란 믿음으로 선고를 기다렸습니다. 이번 내란 발생 이후에 보여준 국민들의 의식과 행동을 보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는 반민주 세력의 준동을 허락하지 않으리란 확신도 갖게 됐습니다.”(김성만, 악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