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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재배면적 조정제 시행, 하동에서 423ha의 논이 사라진다

대규모로 논농사를 짓고 있는 악양면 평사리 들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올해 전국의 벼 재배면적을 80,000ha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별로 감축 면적을 할당했다. 이에 따라 하동군은 약 10.7%, 423ha의 벼 재배지를 감축해야 한다. 이 할당량을 달성하게 된다면 2025년 하동에서는 축구장 635개에 달하는 논이 사라지게 된다.
[2025년에 감축해야 하는 벼 재배지 면별 할당 면적]

쌀 공급 과잉,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 VS 쌀값 문제 농민에게만 책임 전가

농식품부는 벼 재배 면적 조정제가 “쌀 생산량을 조절하여 공급 과잉으로 인한 쌀값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며 “지자체와 농업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하동군 농민회 장호봉 회장은 “8만 ha 규모의 논에서는 약 40만 톤의 쌀이 생산되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매년 수입하는 쌀의 양과 같다.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90% 정도인데 수입쌀은 그냥 두고 재배면적만 감소시키겠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우리 쌀과 농민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다.”라며 정부의 정책 시행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평생 벼농사만 지었는데 갑자기 바꾸라니...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소득과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 시행을 앞두고 3월 7일, 관내 농민단체들을 모아 간담회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 모인 하동군 농민회, 여성농민회, 쌀 전업농회, 후계농업경영인회, 4-H, 농촌지도자회 등의 대표들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농축산과 담당자는 “파종부터 수확까지 기계화가 잘 되어 있는데 다른 작물로 변경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들 한다. 토양에 맞는 작물을 선정하고 논을 밭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평생 벼농사만 지어 오신 분들한테 당장 다른 작물로 변경하라고 하니 반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양보에서 4ha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 대표 조현자 씨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민의 목숨 줄을 조인다는 거는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식인 쌀을 이렇게 하대한다는 것은 나라가 망할 징조다. 우리의 먹거리를 가지고 이렇게 장난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4-H 대표 안현규 씨는 “점진적으로 해서 농민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지 이렇게 갑자기 해 버리는 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판매처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고 갑자기 다른 농작물로 전환해서 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농민 단체들은 『농민권리침해! 식량주권파괴! 벼재배면적 ‘강제’ 조정제 즉각 중단하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관내 곳곳에 게시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2024년 금성면 첫 모내기 (사진 출처 : 하동군청 홈페이지)

지자체별로 자율적으로 하라더니 사실상 반강제

농식품부는 조정제에 참여한 만큼 공공비축미량을 배정하고 목표량을 많이 달성한 시군은 추가로 매입량을 늘려주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미달 시에는 국도비 사업에서 사업 순위를 후순위로 미루고 정부가 매년 시행하는 지자체 합동평가에도 평가 항목으로 넣어 반영하겠다고 하여 사실상 정책을 반강제로 시행토록 하고 있다. 위에서 정부가 반강제로 정책 시행을 강요하고 아래에서 농민들은 단체로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고심은 깊어간다. 4월 7일까지 하동군에는 11개 면에서 총 40ha 정도를 조정하겠다고 신청이 들어온 상태이다. 목표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이대로라면 하동군의 목표량은 올해 안에 달성하기 어렵고 정부의 제재 조치들을 감당해야 한다.

하동군의회, ‘벼 재배면적 조정제 철회 촉구건의안’ 만장일치로 채택

하동군의회는 3월 21일 열린 제339회 하동군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혜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벼 재배면적 조정제 철회 촉구 건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군의회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 즉각 철회 ▷농업인의 의견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쌀 산업 대책 마련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강력히 촉구하며 해당 건의안을 국회, 농식품부, 경남도지사 등 관계기관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