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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과 정권교체로는 부족하다- 집중기획/ 한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④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과 함께 시민들의 관심이 급속히 ‘조기대선과 정권교체’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윤석열 파면으로 내란사태가 일단락된 걸까?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만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과 확장이 이루어지는 걸까?

단순한 정권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12.3 비상계엄은 정치, 언론, 집회의 자유 등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폭압적 조치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마땅히 보장되는 권리를 황당한 계엄선포로 파괴한 데 대해 시민들은 분노했고 저항했으며, 당연한 결과로 내란수괴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그러나 윤석열이 파면되기까지 지난 약 4개월 동안 온 국민이 넘어야 했던 수많은 난관을 되짚어보면, 민주주의의 복원과 심화가 단순한 정권교체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87년 체제가 만들어 놓은 거대 양당의 권력독점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이루어지는 정권교체로는 제2, 제3의 윤석열의 등장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한 약속은 어디로 갔나?

지난 2022년 2월 27일, 민주당은 대선을 불과 10일 앞두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다당제 연합정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위성정당방지법
△지방의원 중·대선거구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을 포함한 정치개혁안은 시민들의 오랜 염원으로,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할 출발점이었다.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의총발언에서 “민주당이 말만 했지 제대로 실천했냐고 불신”을 표하는 국민이 많다며 “소홀했던 점에 대해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 이건 단순 선거용이 아니다. 이번 대선을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기득권 교체를 통해 보다 많은 권력을 국민에게 가져다 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선후보 또한 거리유세에서 “왜 울며 겨자 먹기를 국민에게 강요하나? 이쪽이 덜 싫어서 선택해야 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해야 하는 정치를 끝내고, 제3의 선택이 가능한 다당제 선거제 개혁 확실히 해내겠다.”고 강조하며 “절박한 정치개혁 과제를 대선승패와 상관없이 반드시 실천할 것을 국민 앞에서 엄숙하게 결의하고 약속 드린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 민주당, 그러나...

그러나 조기대선이 약 30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의 민주당에서 이런 정치개혁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노무현 이래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라던 ‘100% 국민경선제’는 당원 50% : 국민 50%의 룰로 바뀌었고, 이재명 (전)대표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발언으로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개헌에 대해서는 “내란 청산이 우선”이라며 논의를 유보했고, 이재명표 대표공약이라던 ‘기본소득제’는 폐기했다. 또한 노동계의 반발을 사는 ‘52시간 노동제의 유연화’, 부자들을 위한 ‘상속세 인하’뿐 아니라 미국패권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의 퇴행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민주당이 과연 “심화된 정치, 경제, 사회적 민주화, 즉 사회대개혁”을 위한 동반자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이재명이 당선되면, 이미 갖고 있는 의회권력(171석)에 덧붙여 막강한 행정권력까지 장악함으로써 장기집권을 위한 연성 권위주의체제* 를 수립할 가능성이 크다.
연성권위주의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독재 성향을 강하게 띠면서도 야당이 존재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의 원칙이나 제도를 대부분 갖춘 정치 형태

민주주의 심화를 위한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12.3 내란사태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한 시민들이 요구하는 바는 민주주의의 심화, 확대, 즉 ‘사회대개혁’이다.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지난 4개월간 탄핵집회를 이끈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는 이미 지난 4월 8일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으로 이름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공론화하고 사회대개혁을 달성하여 대한민국 제7공화국 체제를 실현”하는 것으로 목표를 전환했다. ‘비상행동’은 11개의 소위원회를 통해
△정치개혁·민주주의 △경제·민생 △평화·외교·안보 △기후위기 대응·정의로운 전환 △보건·의료·돌봄·복지 체계 △노동·일자리 △생명·안전 △성평등·소수자 △언론·문화예술·표현의 자유 △먹거리·식량주권 △교육 불평등·청년문제 해결 등을 개혁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뼈아픈 실패를 거듭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은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지지율이 20% 아래까지 떨어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상대로 “역대 최대 득표수 차이로 당선”되어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취임 직후 84%)를 받으며 출범했다. 또한 민주당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8~2022)에서 초압승을 하여 어마어마한 풀뿌리 조직력을 갖고 있었고, 21대 국회의원 선거(2020~2024)에서도 “역대 여당 중 최대의 압승”(180석)을 해서 막강한 행정권력과 의회권력, 지방권력까지 장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노란봉투법’(노동권 강화), ‘농민기본법’(양극화 해소), ‘상법’(불공정 해소), 차별금지법(인권·시민권 강화), 국민연금 개혁(사회안전망 확충) 등 시민을 위한 개혁과제는 물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한(恨)조차 제대로 풀어주지 못했다. 그 결과 5년 만에 ‘정권심판론’의 대상이 되어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신인 윤석열에게 정권을 내어주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생은 바로 ‘사회대개혁’을 외면한 채 소위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에만 몰두했던 문재인 정권의 실패와 분리될 수 없다.
지금의 대선 국면에서 시민사회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사회대개혁의 요구를 시민직접행동으로 정치권에 강제’하는 데 있다. 이번에도 ‘윤석열 파면과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에서 멈춰 서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비상행동’에서는 ‘천만의 연결‘이라는 사이트를 열어 사회대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구체적이며 참신한 의견을 가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천만의 연결: https://talk.bisang1203.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