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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이상기후, 반복되는 냉해피해

4월 14일 ‘오늘 16:00 전남(구례) 대설 주의보’, 이웃 구례군에서 보낸 안전안내문자이다. 이날 하동군에는 강한 돌풍을 동반한 비와 눈이 내렸고, 다음 날 아침 악양 형제봉에는 눈이 하얗게 쌓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도 최대 6mm의 눈이 내렸는데, 이는 94년 만의 1일 최대 적설량 이라고 한다.

매실 수정율 20~30% 배꽃 피해율 50~80%

하동은 3월에도 매실과 배의 개화시기에 영하권의 날씨를 보여 매실과 배를 재배하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하동군 농업소득과에 의하면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최저기온이 영하 0.3도에서 영하 2.8도까지 내려갔고 30일에는 영하 2.0도, 31일에는 영하 2.6도를 기록했다. (※관측지점 : 화심리 강우형 씨 농가)
개화기 저온 및 서리에 따른 피해상황을 보면 매실은 수정률이 평년 대비 20∼30%이고, 피해면적은 하동군 재배 면적 273ha 중 70ha가 예상된다고 한다. 배는 전체 꽃 피해율이 50∼80%이고 피해면적은 하동군 재배면적 133ha 중 60ha가 예상된다고 한다.
“살다가 이런 날씨는 본 적이 없는데, 배는 3년 전에도 냉해피해가 심했고 매실은 작년에도 있었어요.” 농업소득과 담당 농촌지도사의 말이다.
“지금 한창 일할 땐데 여기들 앉아 있잖아요.” 만지 배거리에있는 판매장에서 농부 3명이 이야기 중이다.

“기후위기, 현재의 문제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만지 배거리에 있는 판매장에서 35년 째 배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 3명을 만났다. 기자가 냉해 피해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A: “머, 근 80% 정도는, 전멸입니다, 전멸.”
B: “농(사)비라도 나오면 천만 다행이예요.”
A: “기후변화죠, 기후변화. 따뜻했다가 갑자기 추워지고 이게 기후변화예요.”
B: “우리가 자연을 못 맞춰요. 매년 그럴 수도 있어요.”
C: “다른 작물로 바꾸려고 해도 다들 노인네가 돼서, 폐농하든지 팔아 먹든지, 빚만 지는 거야 빚만.”
A: “기후위기, 현재의 문제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C: “옛날엔 사람만 부지런하면 됐는데 지금은 환경이 너무 바껴가지고 힘들어, 해 먹고 살기 힘들어요.”
B: “지금 한창 일할 땐데 여기 들어 앉아 있잖아요, 제대로 됐으면 배도 솎아주고 그래야 하는데요.”
배 냉해 피해를 취재하러 나왔다고 하니, “꽃이 한창 피었을 때 오지, 조금 늦었네.” 하면서도,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많이 알려 달라.”고 당부한다.

지난해 지구평균 온도 1.55도 상승

지난해에는 9월까지 무더위가 이어져 9월 30일 서울의 기온이 28.5도까지 올랐고,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0.1일에 달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5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마지노선 1.5도를 이미 넘어버린 것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이상기후와 반복되는 냉해 피해가 말해주듯이 기후위기는 농민에게 먼 미래의 위기가 아니다. 생존을 위협 받고 있는 지금 당장의 위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