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송만규 작가의 초대전 ‘섬진강 서시’
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에서 송만규 작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군민의 날을 맞이하여 하동군이 주최하고 악양의 빈산 갤러리가 기획한 전시이다. 작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섬진강의 줄기를 비롯하여 대한민국과 이북의 강들을 따라 걷고, 그 흐름을 수묵화로 담아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만경강, 섬진강, 임진강, 두만강뿐만 아니라 우리 하동군의 평사리 들판, 송림 공원, 하동 포구와 긴 섬진강 대숲길을 담아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에서 나는 도슨트를 맡게 되었다. 여러 전시에 관람객으로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그 관람객들에게 전시를 안내하는 도슨트가 되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를 가더라도 도슨트를 통해 작품을 접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한 편으로는 관람객이 작품과 잘 소통하도록 안내하는 일에 호기심이 일었다.
개관식 당일 축하연주를 하는 모습. 송광식 작곡가의 ‘Some River’가 연주됐다.
이번 전시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작품뿐 아니라 귀로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 함께 했다. ‘Some River’,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송광식 작곡가는 전시 속 여러 작품들과 하동에 대한 영감을 피아노 선율로 담아내었다. 송 작곡가는 하동 군민의 날에 초대된 기념으로 하동군에 이 곡을 헌정하였다. 전시 개관식 날에는 작곡가가 직접 연주하는 곡을 들을 수 있었다. 곡의 맑고 잔잔한 선율이 꼭 하동의 섬진강을 닮은 것 같았다. 강을 닮은 음악을 배경으로 작품을 감상하니 작품 속 강의 흐름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개관식 당일, 관람객과 함께 하는 작가의 모습
“Some River”와 함께한 전시 개관식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걱정이 가득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나의 업무인, 관람객들을 위한 도슨팅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전시가 열린 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날, 하승철 군수가 담당부서의 직원들과 함께 전시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날의 공식적인 도슨트를 맡게 되었다.
아직 관람객에게 도슨팅을 한 경험도 몇 번 되지 않았기에, 그 자리는 내게 큰 부담이었다. 다행히 하승철 군수가 작품에 대한 감상을 풍부하게 표현해 주어서, 부족한 도슨팅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분위기가 편안하게 흘러갔다. 어찌 됐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도슨팅을 해낸 경험은, 내게 큰 숙제 하나를 마친 듯한 성취감으로 남게 되었다.
하승철 군수의 전시회 방문 모습
성취감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그보다 더 즐겁다 말할 수 있는 경험이 시작되었다. 바로 새로운 관람객들을 만나며 각기 다른 그들의 감상을 듣는 일이었다.
섬진강 일대를 그린 작품들
한 관람객은 작품을 보며 자신이 매일 보는 동네의 그 풍경이 맞는 건지 되물으셨다. 전시장 한 바퀴를 다 돌고선 자신의 고향을 완전히 새롭게 느껴보게 된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작품 하나를 볼 때 마다 “어!”, “와~” 하며 감탄하는 소리가 내 몸으로도 전달될 정도였다. 또 한 분은 작품 속 섬진강을 바라보며, 자신이 어릴 적 소풍서 보았던 섬진강의 은모래빛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데 어쩐지 작품 속 은모래가 다시 살아나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만강 일대를 그림 작품들
어떤 분은 두만강 일대를 그린 작품을 보며 황량한 이북의 모습이 자신이 20년 전 백두산서 보았던 모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하셨다. 작품 속의 임진강 철책을 자신이 직접 설치했다고 알려주신 분도 계셨다. 내게는 그저 교과서 속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두 강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송만규 작가의 작품
송만규 작가는 30여 년간의 긴 세월 동안 강을 작품에 담아오며 강으로부터 발견한 것이 있다고 했다. 강물은 그저 자신이 흐르는 모든 땅과 풀과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닿아 흐르는 품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혹시 작가의 작품 속 강물이 멈추지 않고, 이곳을 찾는 관람객의 기억에 가 닿고 있는 것일까?
송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내게 작품 속 강의 모습은 그저 삼삼하게 멋진 수묵화 속 자연물일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꼭 살아있는 강의 너울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관람객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강의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전시는 오는 5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어린이날인 5월 5일에도 특별 개관된다고 한다.
남은 전시 기간 동안 많은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아와 주었으면 한다. 그들과 송만규 작가의 강이 또 어떤 모습으로 함께 흘러가게 될지, 기대와 궁금함이 가득하다.
1992년생 하동출신
빈산소개로 송만규초대전 첫도슨트 도전학원강사하다가 혼자 글쓰기 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