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우체국·농협 등을 한 곳에 모으고,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조성하며, 도보 15분의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컴팩트 매력도시 조성사업이 2년째 추진 중이다. 컴팩트 매력도시 조성사업에 해당하는 세부 사업들은 총 151건이며 이 중 17건이 완료되었고, 71건이 추진 중이며, 7건은 계획 수립, 56건은 검토 중이다. 151건의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1조 7481억 4700만 원(군비 3484억 1800만 원)이고, 지금까지 4264억 4000만 원이 확보되었다.
읍면별 컴팩트 매력도시 사업 총괄 현황[출처: 하동군청]
하동읍을 비롯한 3대 거점지역에 예산과 사업 집중
컴팩트 매력도시 조성사업의 전체 예산 중 54%가 하동읍에 편성되어 있다. 옥종면과 진교면을 포함한 3대 거점지역으로 보면 74%에 달한다. 사업 건수로도 전체의 53%가 거점 지역에 분포한다. 그러나 거점지역에 형성될 시설들에 비거점지역 주민들이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은 도외시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교통 상황이라면 비거점지역 주민들은 계속 소외될 것이다. 불균등한 예산과 사업 배분은 3대 거점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을 유발하여, 면 단위 마을 공동체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하동군청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평생학습관. 1층에 북카페와 작은도서관, 2층에는 스마트사이버학습실과 동아리실, 3층에는 조리실습실, 강의실, 예체능실, 전시홀 등이 들어선다.총 사업비는 146억원이며, 2026년 상반기 중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사업비 증액, 막대한 군비 부담, 주민 반발… 컴팩트 매력도시 사업 강행 속 부작용 발생
구 하동역 자리에 지어진 청년 가족 맞춤 주택, 고전면 청사 신축, 진교면 청사 신축, 이들 사업은 당초보다 각각 46억, 36억, 20억 원이 증액되었다. 중간에 설계가 변경되거나 계획 수립 시 건축물의 철거 비용이 누락되고, 상습침수지역이라 필로티 방식으로 건물을 지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하다 2층에서 3층 규모로 변경하는 등 초반 계획이 철저하지 못한 까닭에 빚어진 사태였다. 11월 7일 의회 임시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다. 강희순 의원은 “애당초 계획을 세울 때 전문성이 부족하다,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생각밖에 안 든다. 1, 2억도 아니고 몇십억. 이렇게 계획성 없이 공사를 할 수 있는 건가?”라며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유아친화형 국민체육센터 건립 사업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동읍 읍내리 178-1번지에 유아풀장, 실내놀이터 등을 갖춘 2층 규모의 시설물이 총사업비 113억 9000만 원으로 건설된다. 사업비 중 군비가 76억 4000만 원이다. 군의원들은 높은 군비 부담률 대비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했다. 최민경 의원은 “우리 군 전체 영유아 수는 341명이고 이 중 120명이 하동읍에 거주한다. 지금 적량에 있는 실내 수영장에 유아 풀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를 리모델링해서 유아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 좋지 않나.”며 “현재 인구 규모와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방식보다는 운영 지속 가능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종의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옥종면 244-5번지 일대에 귀농귀촌인 주거단지 26호를 조성할 계획인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111억 5300만 원이며 이 중 군비가 70억 5300만원을 차지한다. 이하옥 의원은 “빈집 수요 조사를 해서 그걸 활용하라고 우리 위원들이 강조했다. 외국인 숙소도 잘해 놨지만 방 몇 개 나가고 다 비어 있더라. 새로 짓기보다는 있는 것을 잘 살려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연 의원도 “26세대 유입에 따른 기회분석 결과와 일부 부지의 감정가가 공시지가보다 4배 이상 높은 점들에 대해 소명을 안 해왔다.”며 사업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컴팩트 매력도시 조성의 졸속 추진은 주민들과의 마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진교면 청사 신축 사업 추진 중 토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주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군청∼배섬∼신촌에 가로수길을 조성하면서 미리 사업을 안내받지 못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군청에 수십 통의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주민 의견 우선 수렴하며 천천히 나아가야
전문가들이 ‘컴팩트’하게 그린 하동의 미래 모습이 1조 7천억이 넘는 예산을 바탕으로 하나둘 실행되고 있다. 면사무소를 새로 짓고 우체국, 농협 등을 한데 모아 ‘행정문화복합타운’을 구축한다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 그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실제 사는 주민들이 만족하고 행복해야 성공한 정책이다. 혈세를 가지고 무모한 실험을 해선 안 된다.




.jpg&blockId=2bd562b3-f944-80cc-9670-fe68a8d63a2c)



.jpg&blockId=2bd562b3-f944-80a3-912e-cc3c98e7aca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