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토지’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참가자 모두가 한 컷
지난달 21일 ‘하동26토지연구회’는 악양생활문화센터에서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각색한 뮤지컬 공연을 펼쳤다.
공연 전 1부에서는 박경리의 『토지』를 읽고 자기가 좋아하고 이해하는 방식대로 만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시인 권용욱 씨가 이끄는 글모임 ‘어울렁더울렁’은 “나는 서희다”라는 제목으로 연작시를 발표했는데, 조경선 씨가 이끄는 ‘붓글씨 모임’에서 배운 서예로 글을 써 시와 서예를 동시에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가 채승영 씨는 박경리 생가를 비롯해 전국 박경리의 흔적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전을 선보였으며, 이용우 씨는 『토지』 속의 주요 장면을 상상한 그림을 발표했다. 또한 이정희 씨는 『토지』 속의 음식을 연구해 당대의 여러 가지 음식을 발표하며 박경리의 ‘호박풀떼기’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옥랑 씨는 매년 주제 발표를 하는데 올해는 ‘삶과 죽음의 생명 순환’이라는 제목으로 『토지』 속 등장인물의 삶과 죽음에 녹아있는 박경리의 철학을 발표했다.
2부 뮤지컬은 9장면으로 약 5분 정도씩 공연됐다. 총감독을 맡은 김옥랑 씨는 “2월부터 만나 함께 수정을 거듭하며 작업을 했고 11월에는 매주 서너 번씩 만나 연습을 했다.”고 전한다. “각 장면마다 ‘양반이 다 뭐여? 신분이 다 뭐여? 모두가 다 평등한 세상이지.’ 같은 박경리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포인트를 두었고, 닥치는 대로 즐겁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각본과 해설을 맡은 권용욱 씨는 각 장면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북장단과 함께 간단한 해설을 곁들여 『토지』를 읽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뮤지컬인만큼 음악은 주로 기존의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세 아이(정한울(11), 정가람(9), 정하랑(6))와 함께 출연한 김건해 씨는 “막내가 아직 글을 읽지 못해 녹음해 들려주었고, 연습한 것을 녹화해 보여주니 아이들 스스로 동선도 교정하며 동작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6살에서 70대까지 함께 어울리고 회원 14명 중 3팀이 부부라 무대의 분위기가 더욱 돈독해 보였다.
김옥랑, 최문환 부부가 장면 6 “이제라도 어매 한 풀고 가소.” 에서 “왜 나를 형수를 꼬셔 도망가는 개망나니로 만들어 놨냐?”고 저자 박경리에게 불만을 털어놓자 박경리가 고고장구를 내어주며 한을 풀고 가라고하는 장면
소설 『토지』 뮤지컬은 긴 대하소설의 핵심 대목만을 선택해 지루하지 않게 각 장마다 약 5분여의 시간 동안 관중에게 주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부족하지만 기발한 소품과 대부분이 아마추어이자 초보 연기자로서 미숙하지만 열성을 다한 연습과 재치있는 애드립으로 많은 웃음을 전했다.
공연을 보는 사람의 재미보다 하는 사람들이 더 신나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모습이었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하는 사람의 신명이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져 절로 관객의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열심은 재미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을 증명하는 듯했다. 무대 위의 연기자와 관객이 하나 되어 즐거웠던데다, 공연 후 모든 관객에게 식사까지 베푸는 풍성함은 겉은 대쪽 같지만 속으론 인정을 베푸는 토지 속 최참판댁 큰마님 윤 씨의 깊은 마음을 닮은 것 같다.
용이의 본처 강청댁과 평사리로 다시 돌아온 칠성의 마누라 임이네가 용이를 사이에 두고 ‘강짜 대결’을 벌이는 장면
소설 『토지』는 5부로 구성된 대하소설로 20권으로 완간되었고 다양한 출판사의 버전이 있다. 소설뿐 아니라 만화로 영화로 드라마로 소개됐으며 최근 일본에도 번역되었다고 알려졌는데 맛깔스런 경상도 사투리의 표현이 궁금하다.
소설 『토지』는 하동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악양 평사리를 배경으로 일제강점기 하동 최참판댁 손녀 최서희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삶을 다룬다. 봉건사회의 붕괴와 화폐경제로의 전환, 토지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희로애락,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등장인물이 무려 700여 명에 이르고 26년에 걸쳐 완성됐다.
하동26토지연구회의 ‘26’이란 숫자는 박경리 선생의 탄생년도인 ‘1926년’과 토지 집필 기간을 상징한다. 소설 속 배경도 넓고 다양해 하동 평사리에서 출발해 등장인물의 여정을 따라 진주, 통영, 부산, 마산, 서울, 일본, 용정, 연해주까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앞으로 더 연구하고 발전시켜 더 좋은 공연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회장 심홍규 씨의 말대로 앞으로 더 성장된 회원들의 모습과 공연이 기대된다.

.jpg&blockId=2bd562b3-f944-80cc-9670-fe68a8d63a2c)

.jpg&blockId=2bd562b3-f944-8088-96e8-ef9f3cb70428)





.jpg&blockId=2bd562b3-f944-80a3-912e-cc3c98e7aca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