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이 격자형 임도, ‘그리드 임도망’ 건설에 나섰다. 그리드 임도망이란 바둑판의 격자처럼 각각의 임도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하동군은 현재 162km 정도인 공설 임도를 470km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러다가 임도가 산을 모두 덮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하동군은 “해당 계획은 5년 단위로 작성하는 임도계획에 따른 것으로, 실제로는 매년 4~5km 정도의 임도를 새로 내고 있는데, 100년치 사업을 묶어 만든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특히 “지난 봄 산불 진화에서 임도의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반드시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토지소유주 동의를 얻기 어려워 계획대로 임도를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일부에서 우려하는 “산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산사태 위험지역 등 급경사지는 피하고, 사방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는 임도가 산불진화에 과연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지난 봄 옥종 회신리 산불에서 임도의 효과를 일부 보기도 했다. 하지만 두양리 산불의 경우 오히려 임도로 산불이 확산되기도 했다. 임도가 있었는데도 접근할 수 없었다. 실제 산불이 발생하면 안전 문제로 임도 진입이 통제된다. 헬기로 불길을 잡고 난 뒤에 잔불을 정리할 때 진화대원이 이용하는 정도인 것이다. 촘촘한 임도는 ‘산불 확산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숲이 건조해져 산불이 잘 나고, 잘 번질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임도가 촘촘해지면 ‘생태계가 조각난다’는 문제도 있다. 기후위기 시대, 그 어느 때보다도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시기에, 생물다양성을 포기하는 사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숲은 하천이 시작되는 곳이므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도로 건조해진 숲이 가뭄피해를 더 크게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숲에 흡수되지 않고 임도로 흘러내린 물은 산사태가 아니더라도,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 홍수에 취약해진다.
산불 진화라는 한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숲이 가지는 다양한 기능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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