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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하동다움을 찾아서

편집장 왕규식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로 하동군수가 바뀌자 하동군이 내세우는 으뜸말이 바뀌었다. ‘알프스 하동’에서 ‘소통 변화 활력 하동’으로. ‘알프스 하동’은 참 뜬금없는 말이었다. 하동이 기대고 있는 지리산이 아니고 알프스라니. 도무지하동다움을 찾아볼 수 없는 말, ‘알프스’였다. 그 말을 보고 들을 때마다 갑갑함이 솟아올랐는데 이제야 그 체증이 좀 가라앉는다. 군수가 바뀐 것을 실감한다.
하동이 알프스를 지우고 찾아야 하는 하동다움이 뭔지 생각해본다. 하동의 정체성, 하동다움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하동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하동의 현주소를 알 수 있고, 앞으로 나갈 방향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하동다움 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찾고 만드냐이다. 군수나 공무원들만 하는 일이 아니다. 군민 모두가 함께 만들고 찾아야 할 하동다움이다.
지난 윤상기 군수 시절 ‘알프스 하동’은 군수와 공무원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정해버렸다. 이런 방식은 군 행정 곳곳에서 드러났다. 예산도, 설계도 없는데 ‘선언’부터 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번에 전면 중단된 ‘상상도서관’은 조감도만으로 사업 시행을 선언하고 밀어붙였다. 대송산단도, 산악열차도, 옛날 하동역 리모델링 사업도 군수의 지시 하나로 휙휙 바뀌거나 뜬구름 잡는 선언들이었다. 군민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모으는 과정은 전무했다.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시절 선언해 놓은 사업들이 하동다움을 찾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얼마 전 하승철 군수는 ‘90은 비우고, 9는 조화롭게 하고, 1은 혁신하겠다’고 했다. 이 말이 지난 군수가 과잉 진행한 사업들을 비워내겠다는 것이라면 대환영이다. 90을 비우고 그 자리에 군민들의 의견으로 채우는 것이 하동다움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군수가 바뀌고 나서 ‘정책자문위원’을 공개 모집하고, ‘교육정책 토론회’와 ‘민선 8기 출범 100일, 군민 열린 토론회’를 개최하여 군민 의견을 듣는 것은 손뼉 칠 일이다. 무엇을 관철하기 위한 토론회가 아니라 하동다움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
‘하동답다’ ‘하동다움’이 어떤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른 의견들을 듣고 모아서 공론화하고 정책으로 만드는 일,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하동다움이 아닐까.

2022년 11월 / 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