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가 인정하는 경우’라는 자의적 문구 삭제에 발끈한 하동군청, 의회를 대상으로 유례없는 소송전 벌여
하동군 행정이 지난 5월에 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하동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 벌어졌다. 5월 1일에 공포된 ‘하동군 성과시상금 지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원인이었다.
지급대상에 대한 군수 재량권을 두고 의회와 행정 대립
하동군청의 지역활력추진단 성과관리계는 ‘공무원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키고 일하는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해당 조례를 발의했다. 의회는 3월 19일에 열린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이 조례안을 심사했는데, 제5조 제5호의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하동군 성과시상금 지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중 문제가 되었던 제5조. 의회는 제5호가 군수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허용하여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항목을 삭제하였다.
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5조 제5호의 항목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만들고 3월 21일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대해 지역활력추진단은 4월 21일, 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지역활력추진단은 의회가 삭제한 제5조 제5호가 ‘정량화된 수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에서 헌신하고 봉사한 공무원에 대해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인 근거로 이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체평가의 대상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라며 의회가 해당 항목을 삭제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행정 측의 재의결 요구에 대해 의회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5조 제5호는 삭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수정안을 재가결하고 5월 1일에 공포했다.
자지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의회를 대법원에 제소
5월 22일 의회는 대법원에게서 소장을 받았다. 하동군 행정이 ‘의회가 제5조 제5호를 삭제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대법원에 제소를 한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20조에 따라, 행정은 의회의 의결 사항에 대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재의요구를 할 수 있고,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시군구 단위의 지자체에서 대법원에 조례 관련 제소를 한 경우는 4건에 불과하다.

6월11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역활력추진단 단장에게 정영섭 군의원이 대법원 제소 관련 질의를 하며, 유감을 표명하고 있는 모습
성과시상금 조례 제정된 지자체는 20곳, 그중 단체장의 재량권 항목이 있는 곳은 3곳
6월 11일에 열린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정영섭 군의원은 지역활력추진단 단장에게 “성과시상금 관련 조례는 전국에 20개밖에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중에 삭제한 조항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조례는 세 군데밖에 없습니다. 결국 없어도 문제되지 않는 조항이라는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변호사 수임료를 포함한 소송 비용은 군비 100%인데 승소와 패소를 떠나 군민의 혈세로 집행부와 의회의 대립된 모습을 군민들에게 보여드리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혈세 낭비하며 제소 강행, 민선8기가 강조한 ‘소통행정’ 무색
지역활력추진단 성과관리계 담당자는 “(의회에서) 수정가결했을 때, ‘그 밖의’ 같은 한 두 단어를 빼라는 게 아니었고 5호 자체를 삭제했다. 서로 타협이 안 되었기 때문에 이게 어느 게 맞는지를 한번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 대법원에 저희들이 제소를 한 것이다.”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의회 사무과 담당자는 “의회는 심의·의결권을 가졌는데 예산을 수반하는 조례에 대해서 공정성을 위해 그 조항을 삭제한 걸 집행부 쪽에서는 안 된다는 건데, 의원님들은 항목을 수정하고 의결한 것에 대해 논쟁거리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라고 한다.
하동에서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행정에서 건 소송 때문에 의회와 행정 모두 혈세를 낭비하며 기약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공무원 성과시상금 조례’가 그 모든 걸 감수할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이것이 하승철 군수가 그토록 강조한 ‘소통행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