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양면 동정호에서 열린 ‘생물 다양성의 날’ 축제
지난 6월 10일 동정호에서 열린 ‘생물다양성의 날’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초록색 개구리 모자를 쓰고 많은 사람 앞에서 해설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5월 22일(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에 맞춰 준비했으나 ‘공직선거법 제103조’로 인해 선거 후로 연기되었어요. 더위가 걱정되기는 했으나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어요.”라고 총괄 기획을 맡은 정명희 씨는 평가했다. 이날 시원한 물과 식혜, 매실 음료 등이 제공됐는데 “일회용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준비한 떡도 감잎과 칡잎에 싸서 먹어 쓰레기 없는 건강한 행사를 실천했다.”고 하동생태해설사회 회장 박영희 씨는 말한다.

악양초 4학년 노현희 학생이 동정호에 살고있는 다양한 생물에 대해 사진을 보며 해설하고 있다.
이번 생물다양성의 날 행사의 백미는 ‘악양초등학교 어린이 해설사와 함께하는 습지 해설 프로그램’이었다. 악양초 어린이들이 세 지점에서 4회에 걸쳐 약 30분씩 동정호 습지와 생태에 대해 해설을 했다.
첫 장소에서는 습지에 대해, 두번째 장소에서는 전시한 사진을 보며 동정호에 사는 생물에 대해, 세 번째 장소에서는 두꺼비의 한살이에 대해 해설했다. 하동생태해설사회는 악양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어린이 해설사 양성교육을 실시해 왔다.

처음에는 떨려서 안 하겠다고 응석을 부리던 아이들이 회차가 거듭될수록 자신감이 붙어 큐시트도 보지 않고 자신 있게 해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꺼비 의상과 상자로 만든 자동차를 몸에 걸치고 연기한 두꺼비 ‘로드킬 퍼포먼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른 봄 두꺼비는 동정호 근처 산에서 알을 낳기 위해 내려온다. 동정호 습지에서 부화한 두꺼비 새끼는 다시 두꺼비 성체가 내려온 곳으로 올라가는데 비슷한 시기에 부화한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길을 건너 산으로 올라갈 때 로드킬을 당한다. 이 시기에 하동생태해설사들은 새벽에 길에서 두꺼비가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지켜주고 두꺼비가 알을 낳는 시기부터 산으로 올라갈 때까지 매년 두꺼비의 생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네 번째 지점에서는 망원스코프를 미리 설치해 놓고 여러 가지 새 등을 관찰하고, 다섯 번째 지점에서는 금개구리를 볼 수 있었고, 악양루에서는 쉬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요가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악양초 박성찬 교사는 “생명의 소중함과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과정에서 학교와 지역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총 5회에 걸친 생태학습을 통해 당당히 해설을 하는 모습에서 교육의 힘을 다시금 실감합니다.”라고 말했다.
“동정호에서 여러 생물을 배울 때는 재밌기만 했는데, 해설해야 할 날이 다가올수록 너무 떨렸어요.”, “실수할까 봐 겁이 났지만 많은 분들이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셔서 고마웠어요.”, “해설을 마쳤을 땐 왠지 어른이 된 것처럼 뿌듯했어요.”, “동정호에 사는 두꺼비의 생태나 금개구리가 멸종위기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해설을 맡았던 어린이들은 말한다.
환경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방문한 옥종중학교 한명주 교장은 “학생들이 지역 생물종과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옥종중 김민서 학생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저희에게 악양 생태공원과 금개구리 등 다양한 것들을 잘 설명해 주었고, 중간에 퀴즈도 너무 재밌었어요.”라고 했다. 같은 학교 공경난 학생은 “평소에 저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나무 몇 그루인지 배웠어요. 행사에서 사용하는 물품이 모두 다회용품이어서 저도 일회용품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하동생태해설사와 악양초 어린이 해설사, 그리고 생물다양성의 날에 참여한 단체들. 준비한 기간과 인원에 비해 참여하는 관내 학교 학생이 적어 아쉬웠다는 평가다.
악양면 평사리에 위치한 동정호는 배후 습지성 호수로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호수 옆 습지에는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는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과 천연기념물 제453호 남생이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양서류와 파랑새, 섬휘파람새, 뻐꾸기, 원앙, 딱따구리 등 여러 종류의 새가 서식하고 있다.
경남 숲교육협회에서 준비한 ‘탄소중립을 위해 나무 100그루 심기’라는 퀴즈대회는 여러 사람의 관심과 눈길을 끌었다. 한때 우리 나라에서 멸종된 따오기를 복원한 창녕우포늪 생태협회에서는 따오기를 소재로, 하동교육청은 ‘놀이로 배우고, 손으로 심는 생물다양성의 하루’를 주제로 생물다양성 젠가, 씨앗공화분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하동군이 주최하고 하동생태해설사회와 별천지생태관광협의회가 주관했으며 악양초등학교, 경남 하동교육지원청, 경남 숲교육협회, 전남 녹색연합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