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에서 배섬, 신촌빌라까지 인도에 가로수가 심겼다. ‘특색있는 가로수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황금회화나무 22주, 옥시덴드론 113본, 에메랄드그린 61본이 식재되었다. 현재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잇는 덤불 울타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의 예산은 총 4억 5천만 원이며, 이중 나무 식재와 관목 울타리 조성에 책정된 예산만 약 4억 원이다.
급격히 좁아진 인도, 주민들 민원 빗발쳐
나무가 식재되고 난 후 배섬과 신촌마을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가장 많은 민원은 인도의 폭이 현저히 좁아졌다는 것이고, 골목과 주도로 사이의 시야를 가로막아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불만이 뒤를 이었다. 군청 앞에서부터 축협하나로마트까지는 인도가 충분히 넓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섬과 신촌마을 인근 인도가 문제다. 신촌빌라 인근의 인도는 1.8m 정도로 좁은 편인데, 가로수가 심긴 부분을 제외하고 인도 길이를 재어 보았더니 약 95cm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보도 설치 및 관리지침’에서는 보행자의 안전과 쾌적한 통행 환경 제공을 위해 ‘인도의 폭을 최소 2m로 하도록 하고, 불가피할 경우 1.5m까지 축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신촌빌라 앞에 가로수로 에메랄드 그린이 심겼다. 나무가 심긴 부분의 보도의 폭은 약 95cm이다. 둘이서 겨우 지나갈 정도이며,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는다면 2명의 이동조차 어렵다. 나무와 나무 사이는 관목 울타리가 세워질 예정이다.
가로수길 조성 사업의 목적은 ‘흉물을 가리자’는 경관 개선
군청에 따르면 이 사업의 목적은 ‘경관 개선’이다. “거기가 아무래도 하동 관문인데, 그 뒤에 철물상하고 건재상이 세 개나 있어 흉물스러웠거든요. 그래서 그 흉물스러운 것을 가리는 게 제일 큰 목적이었죠. 차가 들어올 때 지저분해 보이는 걸요.” 산림과장의 말이다. ‘예쁜 하동’을 위해 ‘보도 설치 및 관리지침’까지 어겨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것이다.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주민 설명회나 기초조사 등을 진행해 주민의 동의를 얻거나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산림과 측은 ‘군유지가 60% 정도이고 이미 설계된 도시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사업’일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촌마을 주민 A씨는 “아무도 몰랐다. 어느 날 나무가 심겨져 있더라. 딱 봐도 좁아진 길, 답답하고 불편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힘들다.”고 했고, B씨는 “예뻐지는 거야 좋지만, 운전하는 데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곳들이 생겼다. 그런 곳은 시정했으면 좋겠는데 민원을 넣어도 아무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산림과 담당자는 “민원을 받아서 나무를 옮겨 심은 곳도 있다. 다 들어드리는 건 아니다. 현장에 나가서 확인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수용하고 있다.” 고 답했다.
좁아진 인도, 도시계획에 따라 확장 계획 가지고 있어
좁아진 인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물었더니, 산림과 담당자는 “건설과에서 보도확포장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건설과에 확인한 결과, 올해는 군청에서부터 축협하나로마트까지만 확포장 공사를 진행하고,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배섬부터 신촌빌라까지의 인도 인근에는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어 해당 토지를 매입하기 위한 작업도 필요하고, 예산 확보 등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획은 있지만, 언제 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기약할 수 없는 기간 동안 배섬과 신촌마을 주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인도확포장 공사 후 가로수 심을 수는 없었나
건설과 담당자는 인도확포장 공사가 군 관리계획에 따라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했다. 민원을 해결하고자 급하게 만들어 낸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의 순서가 틀렸다. 길을 확보하고 난 후 나무를 심어야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주민들의 원성을 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동군 행정이 일의 순서를 바꾸고, 빗발치는 민원을 감당하면서까지 이 사업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동의 관문을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키는 일’보다 우선하는 것일까? ‘흉물을 가리는 일’이 주민의 불편보다 시급한 일일까?
“다른 말 할 것 없고, 저녁 때 군수님보고 나와서 걸어보라고 하세요.” 주민 A씨의 말이다.
‘예쁜 하동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하동군청의 일방통행식 행정이 주민들의 불편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