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민선8기 군행정과 위배돼
군청 홈페이지의 군민참여란에는 자유게시판이 있다. 군민제안이나 신고센터에 올릴 만큼 사안이 중대하진 않지만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싶거나 행정에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 홍보나 정보공유 차원의 글을 올리고 싶을 때, 우리는 자유게시판을 사용한다. 현재 하동군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보면, 업체나 제품 홍보를 위한 광고성 글이 도배되어 있다시피 하지만 군민과 관광객들이 남긴 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농기계 폐오일 수거통 위치에 대한 문의’, ‘레일바이크 운행중단 홈페이지 먹통’, ‘하동읍 산책로에 벤치를 설치해 주세요’와 같이 행정의 답변이 필요한 것도 있다.
본 기자는 11월 11일, 하동군 행정과 정보통신 담당자에게 자유게시판 관리에 대해 문의를 했다. 담당자는 “광고글을 아무리 삭제해도 너무 많이 올라와서 감당이 안 된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대책을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11월 12일,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농기계 폐오일 수거통 위치 문의 안내해드립니다’라는 글이 게시되어 있었다. 행정의 발빠른 대처에 감탄했던 것도 잠시, 게시판 상단의 안내 문구를 보고 소통행정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본 게시판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이나 상업적인 글로 인하여 12월 이후에 폐지예정입니다’라는 문구가 새로이 덧붙어 있었다. 잘 관리해서 군민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게 해 달라 부탁했더니 게시판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12월 이후 폐지를 예고한 하동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하동군청 홈페이지 캡처)
남해군 홈페이지 군민톡톡 게시판 관리자의 글(남해군청 홈페이지 캡처)
경남의 11개 군 중 자유게시판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없다. 특히 남해군의 자유게시판은 광고글이 거의 없이 잘 관리되고 있다. 남해군의 자유게시판은 현재는 ‘군민톡톡’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관리자가 매일 2차례에 걸쳐 게시판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답변의 의무가 없음에도 민원성 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관련 부서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하여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음에도 하동군은 ‘폐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것이 민선 8기가 내세운 ‘군민과의 소통’에 부합하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