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레저단지, 실제로는 골프장 건설이라는 의혹
갈사·대송 산업단지의 뼈아픈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4천 억의 자금이 투입되는 두우레저단지가 그것이다.
2012~2024년에 걸쳐 금성면 고포리, 궁항리 두우산 일대 82만 평을 ‘체류형 관광레저단지’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의 갈사-대송-두우-덕천지구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갈사·대송산단의 실패로 994억의 부채를 상환하고도 아직 4,369억의 빚이 남아 있는 하동군이 새롭게 4,000억대의 두우레저단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갈사·대송산단 20년 간 4,639억의 빚만 남겨
2003년 10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가 지정고시된 후 하동군은 갈사산단 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화려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당시 하동군은 갈사만 조선산단 조성을 시작으로 배후단지인 대송산단, 주거단지인 덕천단지, 레저단지인 두우단지 등 4개 단지가 개발되면 인구증대 12만 명, 고용창출 18만 4,000명, 생산유발 26조 원, 소득유발 8조 5,000억 원, 수입유발 23조 원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심지어 이 사업이 성공하면 하동군이 시(市)로 승격될 수도 있다는 허황된 전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시행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하동군 예산 7,639억(22년)의 57%가 넘는 4,369억의 빚뿐이다. 2014년 갈사산단의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대송산단은 배후단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하동군이 1,300억의 지방채까지 발행하면서 무리하게 단독 사업시행자로 공사를 강행해 온 결과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하동군은 갈사·대송산단과 연계된 배후단지인 두우레저단지의 개발을 또 다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하동지구 사업 중 개발계획이 취소된 것은 주거단지인 덕천 에코시티 하나에 불과하다. 사업실패가 확정적이거나 주민피해가 예상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하동군에 의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두우레저단지 개념도
두우레저단지의 실상은 골프장 건설?
두우레저단지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빌리지(Wellness Lifestyle Village)’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치장했지만 결국에는 골프장 건설사업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두되면서 지역주민의 생활터전을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사업이 하동군과 민간자본에 의해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두우레저단지가 실제로는 골프장 건설사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시행사인 두우레저개발(주)가 제시한 사업개요에서도 확인된다. 사업대상지 82만 평 중 28홀의 골프장이 전체부지의 43.1%를 차지하고, 골프장 이용객을 위한 호텔, 골프빌리지 등 숙박시설, 워터파크, 펫 파크 등 휴양관광시설, 상업용지 등을 합치면 전체 부지의 52.9%가 골프장 관련 부지로 사용된다.
지역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주택부지 등은 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시행사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이 무산된 덕천 에코시티(주거단지)의 일부 기능을 수용한 것이고, 그래야 산업단지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 등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같이 부지활용부터 실시설계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을 배려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골프장 건설에 따른 주민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돼 주민생활에 급격한 변화와 피해가 예상된다. 당장 골프장 건설에 따라 고포마을의 11가구가 정든 마을을 떠나 이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시행사 측은 아직도 주민들과 협의 중이라고만 밝힐 뿐 명확한 이주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골프장 시설의 하수종말처리장이 고포마을 바로 밑, 마을 안에 위치하게 설계되어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레저단지의 진입로 또한 마을주민들이 농기계나 농사용 물품들을 적치하는 용도로 사용하던 기존 농로를 확·포장하여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두우산 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등산로, 산책로가 폐쇄되거나 파괴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마을 주변의 환경 악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건설되는 골프장에 일반화된 GMO(유전자 변형) 잔디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골프장 관리를 위해 1년에 1회 살포로도 효과를 보는 고독성 농약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골프장 유지를 위한 막대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한 주민피해도 예상된다.
또한 마을주민들은 보전녹지가 전체 면적의 1/3이 채 안 되는 설계로 인해 광양제철이나 하동화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거름망 역할을 하던 산림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태적 환경이 우수한 섬진강 하류 기수지역이 골프장 건설로 인해 파괴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로 사업대상지 가운데는 보전과 유지가 원칙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지난 2월에 있었던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는 환경 파괴와 이에 따른 주민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지적이 잇따른 바 있다.
지역주민들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대응에 나서
오랜 시간 표류하던 두우레저단지의 사업재개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사업시행을 지켜보고 있다. 레저 단지 개발에 따른 지역발전과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시선과 골프장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와 주거환경 악화를 걱정하는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사업대상지인 고포마을에 걸린 현수막
현재 고포마을에서는 이주대상이 된 11가구를 중심으로 고포마을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보상 및 이주대책을 논의하고 있고, 금성면 차원에서는 이장들을 중심으로 금성면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하동군과 시행사인 두우레저개발(주)는 양 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갈사·대송 산단의 뼈아픈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포마을 주민 A씨의 말이다. “두우산 개발이 결국 골프장 건설만을 위한 게 되면 안 된다. 지역주민의 피해방지나 지역주민 동반성장의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80만 평의 산림을 훼손하면서, 이주민이나 관광객만을 위한 개발을 하는 건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