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탈절이었다. 5시 30분이 되자 어김없이 몇몇 사람들이 로터리 앞에 모였고, 자연스레 초에 불을 붙였다. 노래를 듣다가, 구호를 외치다가, 옆 사람과 속닥속닥 얘기를 하다 보니 50분이 지났다. 마무리를 하려던 차에 사회를 보던 이가 “우리 돌아가면서 오늘의 소감을 말해봅시다.”라고 하며 마이크를 앞사람에게 넘겼다.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던 것도 잠시, 사람들은 모두 속얘기를 토해냈다. 답답함, 무력감, 분노…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마치며 팍팍한 심정과는 다른, 촉촉한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닌가! “우린강하다!” “우린멋지다!” “따뜻해져라!” “밥좀잘먹자!” “내년에만나!” “담주에봐요!” 서로의 구호를 다함께 세 번씩 소리치면서 우린 정말 강하고, 멋지고, 따뜻하고, 건강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함박 웃음을 지으며 구호를 외친 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