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도랑물을 들여다본다. 성제봉 윗자리에서 맑게 번져 나와 이렇게 아랫돌 비치도록 깨끗하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으스대며 흐르고 있다. 왠지 찜찜하다. 저 물이 아래로 내려오다 그 사이사이 더러운 훼방꾼이 없었기로, 아무런 애쓰지 않고 여기까지 맑을 수 있겠다. 아랫물이 윗물의 투명을 내려받기만 해도 무난한 시절이면 좋으련만, 어쩌다 지난밤 까칠한 소낙비라도 쏟아지면 어쩌려나. 설령 윗물이 흐리더라도, 돌을 헤치고 흙을 뚫고 흐르면서 물 아닌 것들을 가려 떨구고, 마침내 물이 물로만 맑게 남아 이어져야 할 텐데. 물은 원래 위/아래를 나란히 맞추는 걸, 어느 날 닿은 땅이 그저 높고 낮을 뿐이니 ‘윗물이 더러워도 아랫물은 맑다.’가 더 적극적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