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개울 건너에 방앗간이 있었습니다. 늦은가을, 타작이 시작되면 온 동네 경운기와 짐차들이 들락거리느라 왁자하던 곳. 수레에 나락 가마를 싣고 오거나, 또 한두 사람 지게를 지고 오는이마저 있던 곳입니다. 방앗간 앞마당에는 나락
가마니가 처마에 닿을 듯 쌓였습니다. 어느 시골에서든 농사짓는 사람들이 농사일로 왁자하게모이는 일이 거의 없는 때에, 해마다 타작 무렵방앗간만이 온 마을 농사꾼을 불러들였습니다.그래서 한 해를 묵혔던 소식들도, 결국은 방앗간
에 모였다가 마을 여기저기로 실려 나갔습니다.그랬던 것이 몇 해 전 방앗간이 헐렸습니다. 마을 앞길을 넓히는 공를 한다고 했고, 길 넓히는 자리에 방앗간 터가 들어갔습니다. 오래되고낡은 방앗간은 옮길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이제악양에 남은 방앗간은 하나였습니다. 지난 여름저는 마지막 남은 악양의 방앗간에서 밀가루를빻았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고, 악양에는 이제모든 방앗간이 문을 닫았습니다.